심박 드리프트 — 같은 페이스인데 심박이 계속 오르는 이유
- 심박 드리프트는 장시간·더위·탈수에서 페이스가 같아도 심박이 서서히 오르는 현상
- 주원인은 체온 상승과 혈장량 감소로 인한 1회 박출량 저하의 보상
- HR존만 보면 후반에 강도를 과대평가하기 쉽다
- 평소보다 드리프트 폭이 크면 수분·더위·컨디션을 점검하라
장거리 훈련을 하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한다. GPS 시계상 페이스는 킬로미터당 거의 똑같은데, 심박수는 후반으로 갈수록 5~15bpm씩 슬금슬금 올라간다. 힘이 더 드는 것도 아닌데 숫자만 오르니 당황스럽다. 이 현상을 심박 드리프트(cardiac drift)라고 부른다. 고장이 아니라 몸이 열과 시간에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가깝다.
원리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인은 체온 상승이다. 운동 중 근육이 만들어낸 열을 식히려면 피부 쪽으로 혈류를 많이 보내야 한다. 그런데 피부로 간 혈액은 근육으로 산소를 나르는 일에는 직접 쓰이지 못하고, 동시에 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혈액에서 물 성분인 혈장량(plasma volume)이 서서히 줄어든다. 혈장량이 줄면 심장이 한 번 뛸 때 내보내는 피의 양, 즉 1회 박출량(stroke volume)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몸은 그래도 근육에 필요한 산소 공급량을 대략 유지하려 한다. 한 번에 보내는 양이 줄면 대신 더 자주 뛰어서 총량을 맞추는 식으로 보상하는데, 그 결과가 바로 심박수 상승이다. 즉 페이스가 같아 겉보기 강도는 그대로여도, 더위·탈수·경과 시간이 겹치면 심장은 같은 일을 더 많은 박동으로 처리하게 된다. 그래서 드리프트는 더운 날, 수분 보충이 부족할 때, 그리고 러닝이 길어질수록 더 뚜렷해진다.
실천
- 초반 페이스를 보수적으로. 후반 드리프트를 감안하면 처음부터 심박 상단에 붙는 출발은 뒤에서 감당이 안 된다. 앞부분을 여유롭게 두면 드리프트 여지가 생긴다.
- 더운 날엔 심박이 아니라 감각·페이스를 우선. 기온이 높으면 같은 페이스에서도 심박이 통째로 위로 밀린다. 이런 날 HR존만 고집하면 필요 이상으로 느려진다.
- 장거리엔 수분·전해질을 미리. 목이 마르기 전부터 조금씩 나눠 마시면 혈장량 감소 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갈증을 느낀 뒤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 드리프트 폭을 기록으로 남겨라. 전반부와 후반부 평균 심박 차이를 매번 메모하면, 평소 대비 유난히 큰 날이 컨디션·더위·탈수 신호일 수 있다.
- 여름엔 더위 적응 기간을 두자. 열에 몸이 익숙해질수록 같은 조건에서 드리프트가 완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무더위 초입엔 강도를 낮춰 접근한다.
이런 점은 주의
장시간·더위에서 심박이 완만하게 오르는 것은 대체로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페이스를 오히려 늦췄는데도 심박이 급격히 치솟거나, 가슴 통증·심한 어지럼·메스꺼움·비정상적 숨참이 함께 온다면 그건 단순 드리프트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즉시 멈추고 필요하면 의료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 하나, HR존 훈련을 지나치게 신봉하지 말자. 후반 드리프트로 심박이 존을 벗어났다고 해서 실제 강도가 그만큼 높아진 것은 아니다. 심박은 여러 조건에 흔들리는 지표이므로, 페이스·주관적 운동강도(RPE)·감각과 함께 종합해서 읽는 편이 안전하다.
심박이 올랐다고 무조건 더 세게 달린 것은 아니다 — 숫자 뒤의 더위와 시간을 함께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