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다 우박을 만나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알갱이
- 우박은 비와 달리 얼음 알갱이라 머리·눈·손등에 맞으면 아프고 시야를 가린다
- 금세 쌓여 노면을 구슬처럼 미끄럽게 만든다
- 대개 소나기성으로 짧게 지나가니 머리를 가리고 잠깐 피했다 가는 편이 안전하다.
맑던 하늘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비가 아니라 얼음 알갱이가 머리와 팔을 때리기 시작한다. 이 글은 비와 다른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 그 자체', 곧 우박을 만났을 때의 타격감과 미끄러운 노면만 좁혀 다룬다. 비 맞으며 달리기 일반은 caught-in-rain 글, 천둥·번개 동반 시 낙뢰 안전은 lightning-safety-running 글, 눈·빙판 미끄럼 일반은 snow-ice-running 글, 젖어서 추워지는 저체온은 race-day-hypothermia 글, 강풍이 함께 불 때는 wind-running 글에 각각 맡긴다.
원리
우박이 러너에게 비와 다르게 느껴지는 데는 '물방울이 아니라 단단한 얼음 알갱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빗방울은 맞아도 흩어지지만, 얼음 알갱이는 떨어지는 속도 그대로 머리·귀·눈·손등 같은 노출 부위를 때려 따끔한 타격감을 준다. 콩알만 한 작은 것이라도 여러 개가 연달아 맞으면 꽤 아픈 편이고, 눈 쪽으로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눈을 감게 돼 앞을 보기 어려워진다. 쏟아지는 알갱이가 시야와 방향 감각을 함께 흐리는 셈이다. 게다가 우박은 바닥에 닿아도 금방 녹지 않고 잠깐 쌓이기 때문에, 평소 멀쩡하던 노면이 순식간에 구슬을 흩뿌린 것처럼 미끄러워진다. 다행히 우박은 대개 소나기구름에서 짧고 강하게 쏟아졌다가 수 분에서 십여 분이면 지나가는 편이다. 큰 우박이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런 덩이에 맞으면 더 아프고 다칠 수 있다.
실천
- 일단 머리부터 가린다. 모자·팔·가방 등 가진 것으로 정수리와 뒤통수를 먼저 덮는다. 얼음 알갱이의 타격이 가장 아프고 위험한 곳이 머리와 눈이기 때문이다.
- 처마·지하도·튼튼한 구조물 아래로 몸을 피한다. 가까운 건물 입구나 지하도처럼 위가 막힌 곳으로 들어가면 타격을 대부분 피할 수 있다. 피할 곳을 찾는 몇 초가 중요하다.
- 나무 밑이나 금속 구조물 아래는 피한다. 가지가 부러지거나 떨어질 수 있고, 천둥·번개가 함께 친다면 금속 구조물은 오히려 위험하다. 낙뢰 안전은 lightning-safety-running 글에 맡긴다.
- 무리해 계속 달리기보다 잠깐 멈춰 지나가길 기다린다. 우박은 대개 수 분에서 십여 분이면 지나가는 편이라, 그 사이만 피해 있어도 금방 그친다. 얻을 것 없는 타격을 굳이 몸으로 받을 이유는 없다.
- 쌓인 얼음 알갱이 위를 그대로 뛰지 않는다. 노면에 깔린 우박은 구슬처럼 발을 미끄러뜨린다. 지나야 한다면 보폭을 줄이고 발을 평평하게 디디며 급정지·급회전을 피한다. 눈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 챙으로 가려 보호한다.
- 그친 뒤에도 페이스를 낮춰 복귀한다. 우박이 멎어도 노면은 한동안 젖고 미끄럽다. 바로 원래 속도로 올리기보다 몸과 노면 상태를 확인하며 천천히 다시 달린다.
이런 점은 주의
우박에서 신경 쓸 부분은 크게 둘이다. 하나는 얼음 알갱이의 직접 타격으로, 특히 눈과 머리에 맞지 않도록 가리는 것이 좋다. 다른 하나는 미끄러워진 노면 위 낙상이다. 우박 위에서 미끄러지면 발목·손목을 접질리거나 머리를 부딪칠 수 있어, 속도를 줄이고 조심히 디뎌야 한다. 천둥·번개가 함께 친다면 우박보다 낙뢰가 더 큰 위험이니 그때는 낙뢰 안전 쪽을 우선한다. 그리고 우박에 맞은 뒤 눈 통증이나 이물감이 가시지 않거나, 넘어진 뒤 통증·붓기가 계속되면 참고 달리기를 이어가기보다 안과·정형외과 등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하늘에서 얼음이 떨어질 땐 이기려 들지 말고, 잠깐 머리를 가리고 지나가길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