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날과 당일 아침,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몇 주, 길게는 몇 달을 준비한 대회. 정작 성패의 상당 부분은 출발선에 서기 전, 식탁에서 갈립니다. 훈련이 아무리 충실했어도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 식사가 어긋나면 후반부에 힘이 빠지거나 배가 아파 페이스를 잃기 쉽습니다. 화려한 비법보다 몇 가지 원리를 이해하고 그대로 지키는 것이 훨씬 든든합니다.
원리: 왜 이렇게 먹어야 할까
우리 몸이 지구성 운동에서 쓰는 주 연료는 근육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입니다. 저장량은 한정돼 있어서 마라톤 후반이면 바닥을 드러내고, 이때 흔히 말하는 '벽'이 옵니다. 그래서 전날부터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 저장고를 채워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만 저장고에는 한계가 있어서, 하루 전날 폭식한다고 무한정 늘지는 않습니다. 평소 잘 먹고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탄수화물 비중을 조금씩 높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또 하나는 소화 시간입니다. 위에 음식이 남아 있는 상태로 뛰면 혈액이 소화기와 근육으로 나뉘어 몰려 복통이나 메스꺼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아침은 출발 몇 시간 전에 마쳐 위를 비워 둘 시간을 줍니다.
마지막은 익숙함입니다. 대회 날 몸은 이미 긴장 상태입니다. 여기에 처음 먹는 음식까지 더하면 위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훈련 때 여러 번 먹어 보고 문제가 없었던 음식이라면 몸이 어떻게 소화하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 그런 검증된 음식만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 전날 저녁은 탄수화물 위주로. 밥, 파스타, 감자 같은 익숙한 탄수화물을 평소보다 조금 넉넉히 먹되 위에 부담이 안 될 정도로 조절합니다. 기름진 반찬은 줄입니다.
- 당일 아침은 출발 2~3시간 전에 끝냅니다. 흰밥, 바나나, 잼 바른 토스트처럼 소화가 빠른 탄수화물이 무난합니다. 물도 조금씩 나눠 마셔 둡니다.
- 검증된 메뉴만 먹습니다. 훈련 중 긴 거리를 뛰기 전 먹어 봐서 탈이 없었던 음식을 그대로 씁니다. 대회 아침은 실험하는 날이 아닙니다.
이런 점은 주의하세요
가장 흔한 실수는 대회 날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낯선 에너지바나 낯선 식당 메뉴는 아껴 두세요. 잘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과식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위가 무거우면 오히려 달리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고지방·고섬유 음식은 소화가 느리고 장을 자극하므로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는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결국 대회 식사는 특별한 무언가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검증된 것을 흔들림 없이 지키는 일입니다.